2004년 12월 10일 01시 18분 35초
질문:오늘은 어떤 영화를 소개해주시겠습니까?
답:사실 전 극장에 가기 힘든 상황입니다. 아주 어린 아기를 키우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앞으로 소개해드릴 영화는 주로 비디오 대여점에서 구할 수 있는 영화일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첫 시간이고 해서 현재 극장에서 개봉중인 영화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첫 만남을 기념해서 특별한 영화를 고르느라구요.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빌리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질문: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식스 센스>, <싸인>처럼 항상 마지막 반전이 영화의 백미인데요 이번 영화에서도 반전이 나오나요?
답: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소개해드릴까 말까 망설이기도 했는데요 가능하면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가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질문:어떤 내용인지 먼저 줄거리를 소개해주시겠습니까?
답:문명생활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심플 라이프를 선택하며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는 아닌데요 이 영화는 바로 자연으로 돌아간 공동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외딴 촌락이 공간적 배경인데요 이 마을은 선량한 원로들의 합의로 운영되고 착한 젊은이들은 연애에 앞서 어른들의 축복부터 구하는 꿈같은 곳입니다. 그런데 이 마음에는 금기가 있는데요 마을을 둘러싼 숲에는 절대로 발을 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마을에는 괴물이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주민들은 밤이면 불침번을 서고 괴물을 자극하는 붉은 색은 멀리합니다. 그런데 청년 노아가 숲에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고 가축들의 가죽없는 시체가 괴물의 경고처럼 뒹굽니다. 또다른 청년 루시우스는 고립 때문에 약도 못쓰고 죽어가는 이웃을 생각해서 숲을 건너기를 희망합니다. 루시우스가 마을의 눈먼 처녀 아이비와 사랑을 약속하면서 마을은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질문:이 영화에는 어떤 종류의 장애가 등장합니까?
답:청년 노아가 정신지체인이고 루시우스와 사랑을 나누는 아이비가 앞을 전혀 못보는 시각장애인입니다. 이 영화에서 이들의 장애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숲, 다시 말하면 금단의 땅에 들어가는 것은 마을 전체를 위협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노아는 숲에 들어갔음에도 정신지체인이라는 특성 때문에 처벌받지 않습니다. 아이비의 시각장애 또한 숲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됩니다. 이웃을 살리고 싶어서 숲에 가기를 간절히 원했던 루시우스는 끝까지 원로회의로부터 거절당하지만 아이비는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숲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원로들이 수년동안 고수해왔던 약속을 깨고 아이비를 숲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아이비가 앞을 못보기 때문이었습니다. 원로들이 공통적으로 지켜야할 비밀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어떤 비밀인가는 나중에 영화를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무척 궁금해지는데요 힌트 좀 더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답:힌트는 더 드릴 수는 없구요 한마디만 더 말씀을 드리자면 이 영화는 전작들에 비해서 반전이 전체 영화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십시오. 이 영화의 묘미는 반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가 던지고 있는 화두는 심플라이프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생각을 하게 해줄 것입니다. 한때, 스캇 니어링, 스콧 니어링의 심플 라이프에 대한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때 tv에서 니어링 부부의 심플 라이프를 계승하려는 일군의 젊은이들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런 내용이 나오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이유 중에 가장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아이들 때문이랍니다. 어른들은, 수많은 고민 끝에 심플 라이프를 선택했겠지만 아이들은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법이지요. 어른들이 도시 생활, 혹은 문명생활의 폐해라고 생각하는 점들이 한 번도 그런 생활을 살아보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삶의 결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영화 <빌리지>는 이 점을 아주 훌롱하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질문:점점 궁금해지는데요 포스터를 보니까 긴 드레스에 수염기른 남자들의 모습이 1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것 같더군요.
답:네. 영화 <빌리지>는 언뜻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머나먼 옛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바로 지금, 우리들이 놓치지 말아야할 문제들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한 것은 어른들이었지만 마을이 유지될 수 있었던 데에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공포와 금기를 주입시켜서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에서는 반공을 국시로 삼았던, 간첩신고를 생활화했었던 우리나라의 60~70년대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과연 괴물이 무엇인가라는 점입니다. 영화처럼 우리들 또한 나와 다른 타자를 경계합니다. 숲에 있는 괴물은 우리들이 경계하는 타자일 것입니다. 그러나 타자는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외부의 타자를 강조하는 건 어쩌면 우리 안의 타자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외부의 타자를 강조함으로써 우리 안의 타자를 망각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공포사회의 주요 양상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아이비는 바로 이런 구도로부터 자유로운 존재, 진정 열린 시선을 가진 존재입니다.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금기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멋진 일입니다만 역시나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랑을 위해 금기와도 맞서는 아이비의 당찬 모습입니다. 아이비의 멋진 사랑을 확인해보는 것도 영화의 주요 감상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엔딩: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빌리지> 소개해주셨습니다. 이번엔 최신작 영화를 소개해주셨으니까 다음 번엔 집에서 편안히 볼 수 있는, 좀 오래된 영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